우래옥에서는 평양냉면 한 그릇으로 점심을 먹을 수도, 불고기를 구우며 여럿이 한 상을 즐길 수도 있다. 맑은 국물에 담긴 메밀면과 손님 앞에서 익어가는 한우 불고기. 두 음식은 오래전부터 이 식당의 대표 메뉴로 나란히 자리해왔다. 미쉐린 가이드

을지로4가 골목에 들어선 우래옥은 2026년으로 개업 80년을 맞았다. 그 시간을 들여다보면 평양에서 서울로 옮겨온 음식, 전쟁 뒤 다시 문을 연 가족, 반세기 넘게 일한 직원의 삶이 함께 나온다. 우래옥이 어떤 식당인지 이해하려면 냉면의 맛과 함께 살펴볼 이야기들이다.

서북관에서 우래옥으로

시작은 광복 이듬해인 1946년이다. 평양에서 음식점을 운영했던 장원일 창업자는 서울 을지로4가에 ‘서북관’을 열었다. 한국전쟁으로 피란을 떠났다가 돌아와 식당을 다시 열면서 이름을 우래옥으로 바꿨다. ‘다시 돌아왔다’는 뜻의 우래(又來)에는 실제로 가게를 떠나야 했고, 다시 돌아왔던 가족의 사연이 담겨 있다.

가업은 아들 장진건 대표, 손녀 장경선 대표로 이어졌다. 전쟁 이후 식당이 있던 한옥 자리는 지금의 주차장 부지에 해당한다. 오랜 세월 같은 지역에서 식당을 이어온 우래옥은 2013년 서울미래유산으로 선정됐다. 오늘의 넓은 식당을 과거의 모습과 겹쳐 보면, 서울에서 평양냉면이 이어져 온 시간이 좀 더 구체적으로 다가온다. 서울미래유산 기록

한우 육수와 메밀면의 분명한 개성

우래옥 평양냉면의 특징은 고기 맛이 또렷한 육수다. 한우 사태를 오래 끓여 소금과 간장으로 간을 맞춘다. 국물의 맑은 빛과 별개로, 입안에서는 소고기의 감칠맛과 고소한 풍미가 분명하게 느껴지는 스타일이다. 메밀면의 향과 함께 이 집의 냉면을 기억하게 하는 요소다. 미쉐린 가이드의 음식 소개

그래서 우래옥에서는 면을 풀기 전에 육수를 먼저 맛보기를 권한다. 고기 국물의 맛을 느낀 뒤 면을 함께 먹으면, 국물과 메밀이 어우러지는 차이를 살펴보기 쉽다. 평양냉면을 처음 접하더라도 고기 육수를 좋아하는 사람이라면 접근할 만하다. 반대로 아주 옅은 국물을 기대했다면 맛의 인상이 다를 수 있다.

식초와 겨자를 두고 지나치게 어렵게 생각할 필요도 없다. 오랫동안 우래옥에서 근무한 김지억 전 전무는 과거 인터뷰에서 국물을 먼저 맛본 뒤 면에 식초를 더해 먹는 방법을 소개했다. 기본 맛을 충분히 느끼고, 이후에는 자신의 입맛에 맞추면 된다. 김지억 전 전무 인터뷰

불고기와 냉면 사리까지 즐기는 한 상

우래옥의 불고기는 식탁에 놓인 불판에서 구워 먹는다. 미쉐린 가이드가 냉면과 함께 대표 메뉴로 소개하는 음식이기도 하다. 냉면 한 그릇으로 식사할 때와는 달리, 고기를 나누고 곁들임을 집어 먹으며 식사를 이어가게 된다. 미쉐린 가이드의 우래옥 소개

직접 맛본 불고기 식사에서도 직원이 고기를 구워주는 모습이 인상적이었다. 익은 고기를 먹다가 불판에 냉면 사리를 더하는 것도 별미다. 함께 나온 무채를 넣어 먹으면 좋다. 차가운 육수에 담긴 평양냉면과는 또 다른 방식으로 메밀면을 즐길 수 있다.

우래옥 불판에서 익어가는 불고기
불판에서 익어가는 우래옥 불고기 · 사진 라미

김치말이냉면도 기억에 남는 메뉴다. 면 아래에 밥이 들어 있어 면과 밥을 함께 맛보게 된다. 처음 찾는다면 대표 평양냉면을, 여럿이 방문한다면 불고기에 김치말이냉면까지 곁들여 보는 것도 한 가지 방법이다. 직접 방문 원문

가게를 오래 지킨 사람들

우래옥의 역사에서 빼놓기 어려운 인물이 김지억 전 전무다. 1962년부터 근무한 그는 반세기 넘게 홀을 지키며 손님을 맞았다. 그가 남긴 회고에는 창경원에서 벚꽃을 구경한 사람들이 전차를 타고 을지로4가에 내려 냉면을 먹으러 오던 시절이 등장한다. 가족 나들이와 외식의 기억 속에 우래옥이 자리했던 것이다. 박찬일 셰프의 우래옥 취재

가게를 이어온 것은 창업자의 가족만이 아니었다. 2018년 인터뷰에서 유병석 당시 영업부장은 직원들이 20~30년씩 오래 근무한다는 점을 우래옥의 경쟁력으로 꼽았다. 손님에게 음식을 내고 고기를 굽는 일에도 오랜 경험이 쌓여 있었다. 오래된 식당의 맛과 분위기를 생각할 때, 이렇게 식당에서 일한 사람들의 시간도 함께 보게 된다. 동아일보 취재

처음 우래옥을 찾았을 때 로비에서 본 장면이 있다. 할아버지가 어린 손녀의 손을 잡고 이름이 불리기를 기다리고 있었다. 그날 이후 우래옥을 떠올릴 때면 음식과 함께 그 모습이 생각난다. 오래 다닌 식당에 다음 세대와 함께 오는 일. 우래옥이 어떤 곳인지 보여주는 한 장면이었다. 직접 방문 원문

우래옥에서는 자신의 입맛에 맞는 냉면을 찾는 즐거움과, 좋아하는 사람을 데려와 불고기 한 상을 나누는 즐거움을 함께 누릴 수 있다. 을지로에서 평양냉면을 먹고 싶은 날에도, 가족과 한식으로 식사할 곳을 찾는 날에도 떠올릴 만한 식당이다.

우래옥 · 서울 중구 창경궁로 62-29 · 업장 상세 정보

우래옥 메뉴·지도을지로4가역 맛집
참고 자료

서울미래유산 · 미쉐린 가이드 · 미쉐린 가이드 냉면 특집 · 비즈한국 · 2016년 취재 · 주간조선 · 2018년 인터뷰 · 동아일보 · 2018년 취재 · 라미 블로그 · 사진·방문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