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화장의 고추삼선간짜장은 면과 소스를 따로 낸다. 짙은 짜장 사이로 보이는 청고추가 매운맛을 예고한다. 백짬뽕에는 굴과 배추를 넣고, 탕수육에는 맑은 소스를 곁들인다. 볶음과 국물, 튀김의 특징이 분명하게 갈리는 식탁이다.
외대앞역 가까운 골목의 영화장은 이렇게 익숙한 메뉴로 알려진 집이다. 그 음식을 만드는 사람을 따라가면 이야기는 대학가 밖으로 길어진다. 충남 부여에서 시작한 가족의 식당, 서울에서 가게를 꾸린 부모, 호텔 주방을 거쳐 돌아온 아들이 차례로 등장한다.
부여의 복흥루에서 이문동 영화장까지
영화장 가족의 식당 이야기는 1948년 충남 부여에서 시작된다. 중국 쓰촨 출신의 정수지 창업주가 그곳에 복흥루를 열었다. 지금 영화장이 소개하는 연혁의 첫 식당이다.
서울에서 영화장의 기틀을 만든 사람은 아들 유지곤 선대 대표다. 명동 취천루에서 경력을 쌓은 뒤 이문동의 중국집 국빈관을 인수했고, 1970년 영화장이라는 이름으로 영업을 이어갔다. 상호는 딸의 이름에서 가져왔다. 널리 불리는 중국집 이름에도 한 가족의 사연이 남아 있는 셈이다.
2003년에는 유영승 대표 부부가 가게를 물려받았다. 할머니가 시작한 식당의 계보와 부모가 일군 이문동 가게를 함께 이어받은 것이다.

호텔을 떠나 부모의 가게로 돌아온 요리사
유영승 대표는 프라자와 힐튼 등 호텔 중식당에서 일했다. 아버지의 건강이 나빠지면서 영화장으로 돌아왔지만, 주변에서는 호텔을 그만두는 선택을 만류했다. 실력을 펼칠 무대가 좁아지는 것은 아닌지 걱정했던 것이다.
가게를 이어받은 뒤에는 아버지의 음식을 재현하는 일이 기다리고 있었다. 분량과 순서가 정리된 조리법 대신 손에 익은 방식으로 만들어온 음식이었다. 유영승 대표는 그 맛을 익히면서 메뉴를 연구했다. 호텔에서 쌓은 경력과 부모의 조리 방식이 한 주방에서 만났다.
오래전부터 배달을 하지 않았던 이유에도 음식에 대한 생각이 드러난다. 면과 소스가 이동하는 동안 달라지는 것을 피하고, 갓 조리한 상태로 손님에게 내고 싶다는 것이었다. 음식이 완성됐을 때의 상태를 지키려는 선택이었다.
주문한 만큼 볶는 짜장, 굴을 넣은 백짬뽕
유영승 대표가 설명한 짜장의 원칙은 분명하다. 설탕을 따로 더하지 않고, 미리 볶아둔 것을 내는 대신 주문한 양을 볶는다. 어머니에게서 이어받은 방식이라고 했다. 단맛을 앞세우기보다 볶은 춘장의 맛을 살리는 쪽에 가깝다.
고추삼선간짜장은 여기에 청고추의 매운맛을 보탠 메뉴다. 소스를 처음부터 모두 붓기보다는 조금씩 섞어가며 간을 맞춰 먹기 좋다. 춘장의 진한 맛을 충분히 느끼고 싶다면 삼선간짜장, 매운맛까지 원한다면 고추삼선간짜장으로 고르면 된다. 이름이 비슷해도 고추를 더했을 때의 인상은 꽤 달라진다.

백짬뽕은 굴의 향과 배추의 단맛이 어우러지는 맑은 국물이 특징이다. 고추삼선짬뽕처럼 매운 메뉴도 있어 일행과 취향을 나누기 좋다. 짜장의 짙은 맛과 백짬뽕의 국물 맛을 번갈아 보는 것도 한 끼를 구성하는 방법이다.

2026년에도 이어지는 영화장의 식사
영화장은 2026년 9월 서울시가 새로 선정한 ‘오래가게’에 이름을 올렸다. 이번 선정에는 시민 추천과 현장 검증, 전문가 심사가 함께 반영됐다. 오래된 중식당을 찾는 독자라면 그 연혁에 더해 지금 어떤 음식을 먹을 수 있는지도 함께 살펴볼 만하다.
영화장에서는 혼자 간짜장을 먹는 점심과 여럿이 요리를 나누는 식사를 모두 계획할 수 있다. 짜장의 볶는 맛이 궁금하면 삼선간짜장부터, 국물을 원하면 백짬뽕부터 시작하면 된다. 일행이 있다면 난자완스나 탕수육을 더해보자. 부모의 가게로 돌아온 요리사가 어떤 음식을 이어오고 있는지, 식탁에서 차례로 살펴볼 수 있다.
방문 메모
영화장 상세 정보 · 서울 동대문구 휘경로 3-8 · 02-967-9595. 외대앞역 5번 출구에서 약 250m 거리다. 찾아가는 길과 최신 운영 안내는 네이버 지도에서 확인할 수 있다.
현재 등록 메뉴는 삼선간짜장 11,000원, 고추삼선간짜장 12,000원, 백짬뽕 13,000원이다.
자료와 확인 기록
- 가족의 연혁·짜장 조리 원칙: 브릭스, 박찬일 셰프의 영화장 인터뷰. 브릭스 원문 발행 2024.02.12.
- 과거 경력·가업 승계·운영 철학: 이한기의 영화장 기록, 2021.05.15. 이데일리 2008.09.03 인터뷰 재수록 대목 참조.
- 음식의 최근 기록·사진(6장, 사진: 문썬): 문썬의 영화장 방문기, 2026.08.12.
- 최근 선정: 서울시, 2026년 오래가게 15곳 선정, 2026.09.21.
- 주소·전화·역 출구·등록 메뉴와 가격: 영화장 네이버 플레이스, 2026.10.06 확인.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