을지로3가역 10번 출구를 나오면 가까운 곳에 을지갈매기가 있다. 오래된 고깃집을 떠올리게 하는 간판이 먼저 눈에 들어오지만, 식탁에 앉으면 그 인상보다 음식에 집중하게 된다. 여러 종류의 찬과 소스가 놓이고, 겉을 노릇하게 익힌 갈매기살이 큼직하게 썬 대파와 함께 나온다. 두툼한 고기를 담은 접시부터 먹음직스럽다.

이곳의 대표 메뉴는 이름 그대로 갈매기살이다. 여기에 대구생막창과 돼지꼬랑지, 매운 양념을 더한 구이가 이어진다. 부위를 바꿔 가며 고기를 먹는 재미도 있지만, 을지갈매기의 한 상을 충분히 즐기려면 식사 메뉴까지 살펴볼 필요가 있다. 청국장찌개와 시래기표고밥은 고기를 다 먹은 뒤 습관처럼 시키는 메뉴로 남겨두기 아깝다.

초벌한 통갈매기살, 새우젓 소스와 만나다

을지갈매기는 차돌박이를 제외한 고기를 초벌해 낸다. 대표 메뉴인 통갈매기살 역시 큼직한 모양을 살려 익혀 나온다. 고기를 처음부터 굽는 수고를 덜고, 불판에서 먹기 좋게 마저 익혀 나누는 방식이다. 초벌한 고기에 밴 불향과 두툼한 갈매기살의 식감이 이 집 구이의 중심을 이룬다.

고기 곁에는 작은 소스 그릇들이 놓인다. 특히 기억에 남는 것은 새우젓을 이용한 소스다. 고기를 찍어 먹으면 젓갈의 감칠맛이 더해져 다음 한 점에도 손이 간다. 돼지고기와 새우젓이라는 익숙한 조합을 구이 식탁에 잘 맞게 풀어냈다.

파채를 먹는 방식도 눈여겨볼 만하다. 양념에 한꺼번에 무친 파채 대신, 따로 나온 파를 각자 앞에 놓인 소스에 담가 고기와 곁들인다. 같은 갈매기살이라도 무엇을 함께 먹느냐에 따라 맛이 달라진다. 여러 찬과 소스를 차린 이유가 실제로 고기를 먹는 동안 드러나는 셈이다.

통갈매기살을 충분히 맛본 뒤에는 다른 부위를 더해볼 만하다. 메뉴판에 익숙한 소금구이와 양념돼지갈비도 있지만, 부속고기를 즐기는 사람이라면 막창과 돼지꼬랑지가 먼저 눈에 들어올 것이다.

막창과 돼지꼬랑지에 더해지는 직화의 맛

대구생막창과 돼지꼬랑지는 매운 양념을 하지 않은 메뉴부터 맛봤다. 직화로 구우면서 올라오는 불향이 강하게 남았다. 갈매기살을 먹을 때와는 다른 부위를 골라 굽고, 함께 나온 소스에 찍어 먹는 과정이 자연스럽게 이어졌다.

초벌한 구이와 여러 가지 소스를 함께 차린 을지갈매기의 식탁
초벌한 구이와 곁들이는 소스 · 사진 라미

매운맛을 좋아한다면 대구생불막창과 돼지불꼬랑지가 있다. 직접 맛본 두 메뉴는 매운 음식을 즐기는 입맛에 특히 잘 맞았다. 양념 없는 구이와 매운 구이를 함께 주문하면 같은 부위를 다른 맛으로 비교할 수도 있다. 처음부터 모든 고기를 매운 메뉴로 채우기보다, 갈매기살을 중심에 두고 일행의 취향에 따라 한 접시를 더하는 편이 좋겠다.

을지갈매기는 이런 주문에 잘 맞는 고깃집이다. 갈매기살을 먹으러 왔다가 막창을 더할 수 있고, 부속고기를 좋아하지 않는 사람은 익숙한 구이를 고르면 된다. 여럿이 방문하면 한 사람이 모든 메뉴를 먹지 않아도 서로 다른 부위와 양념을 나눠 즐길 수 있다.

청국장과 시래기표고밥까지 먹어야 하는 이유

고기를 굽는 동안 함께 주문할 만한 메뉴는 청국장찌개다. 직접 먹었을 때는 찌개만으로도 밥 한 그릇을 충분히 먹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구이를 거드는 작은 국물 요리라기보다, 밥과 함께 제대로 한 끼를 이루는 음식에 가까웠다.

두부와 채소를 국자로 떠올린 을지갈매기의 청국장찌개
고기와 함께 주문한 청국장찌개 · 사진 라미

시래기표고밥도 인상적이다. 시래기와 표고를 넣은 솥밥은 그 자체로 감칠맛이 충분했다. 고기와 곁들여 먹다가 밥만 한 숟갈 떠먹어도 좋았고, 청국장과 함께 먹으니 식사가 한층 든든해졌다.

두 메뉴를 함께 주문했을 때는 참기름을 담은 대접이 나왔다. 여기에 시래기표고밥과 청국장을 덜어 비벼 먹는다. 밥에 밴 시래기와 표고의 맛, 청국장의 구수함에 참기름 향이 더해지는 조합이다. 메뉴판에서 따로 보았던 두 음식이 식탁에서는 한 그릇으로 만난다.

잘게 썬 시래기와 표고버섯을 넣어 솥에 지은 을지갈매기의 시래기표고밥
시래기와 표고를 넣은 솥밥 · 사진 라미

솥에 남은 누룽지에는 뜨거운 물을 부어 마무리할 수 있다. 밥을 먹는 동안 누룽지가 불어나니, 구이와 찌개를 먹은 뒤 숭늉까지 즐기게 된다. 순두부찌개와 비빔쫄면도 직접 맛봤지만, 을지갈매기를 처음 찾는 사람에게 식사 한 조합을 권한다면 청국장과 시래기표고밥을 고르겠다.

을지갈매기에서는 고기만 넉넉히 주문하기보다 식사할 몫을 남겨두는 편이 좋다. 통갈매기살을 먼저 맛보고, 막창이나 돼지꼬랑지를 나눈 다음 청국장과 솥밥을 함께 먹는 구성이다. 을지로에서 친구들과 고기를 구워 먹거나, 동료들과 저녁을 넉넉히 즐기고 싶은 날에 어울린다. 갈매기살을 먹으러 갔다가 밥까지 기억하게 되는 고깃집이다.

을지갈매기 메뉴·예약·지도을지로3가역 맛집
참고 자료

라미의 을지갈매기 방문 원문 · 을지갈매기 메뉴·예약 · 테이블링