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포옥의 설렁탕은 고기부터 눈에 들어온다. 국물 위에 넓게 썬 양지가 놓이고, 그 아래로 밥과 소면이 담긴다. 뚝배기의 표면을 가득 덮은 고기를 젖히면 국물이 모습을 드러낸다. 우윳빛으로 진하게 흐린 설렁탕을 떠올렸다면 조금 다른 한 그릇이다.
서울 마포구 용강동에서 1949년 시작한 마포옥은 양지와 사골을 우려내는 방식으로 이름을 이어왔다. 2026년이면 개업 77년. 그 시간을 만든 것은 오래된 간판만이 아니다. 국물을 끓이고 고기를 썰어 내는 주방, 가업을 이은 가족, 긴 세월 함께 일한 직원들이 한 식당의 일상을 지탱해왔다.
1949년, 양지설렁탕집을 이어받다
서울미래유산 기록에 따르면 마포옥의 시작은 기존 양지설렁탕집을 인수한 일이었다. 1949년 기옥서 2대 대표의 어머니가 현재 자리에서 영업을 시작했고, 이후 아들과 손자 세대로 가업이 이어졌다. 처음부터 큰 식당을 지은 이야기가 아니라, 있던 가게의 솥을 이어받아 오래 운영한 역사다.
식당의 모습은 그 사이 달라졌다. 1970년대에는 가게로 쓰던 구옥을 허물고 건물을 새로 지었으며, 2006년에는 내외부를 손봤다. 오늘 눈앞의 건물이 1949년 모습 그대로인 것은 아니다. 같은 자리에서 식당을 유지하고 필요에 따라 공간을 고친 과정까지가 마포옥의 시간이다. 서울시는 이런 생활문화의 가치를 인정해 2014년 마포옥을 서울미래유산으로 선정했다.
맑은 국물 속 고기와 밥
마포옥은 사골과 양지, 차돌을 써서 국물을 낸다. 서울미래유산은 처음 우린 국물과 다시 우린 국물을 쓰며 온도와 시간을 달리하는 방식을 기록했다. 미쉐린 가이드 역시 이 집의 국물을 짙은 우윳빛보다 살짝 흐린 쪽으로 설명한다. 설렁탕의 진함을 국물의 색 하나로 판단하기 어려운 이유다.
두툼한 양지와 국물에 담겨 나오는 밥은 한 그릇의 중심이다. 밥을 따로 먹을지 말지 고민하기 전에 이미 고기와 밥, 뜨거운 국물이 함께 차려진다. 처음 찾는다면 김치나 양념을 더하기 전 국물을 한술 맛보고, 고기와 밥을 번갈아 먹어보면 좋겠다. 미쉐린 가이드는 김칫국물을 따로 요청해 맛을 더하는 방법도 소개한다.
가업과 함께 오래 일한 사람들
2025년 서울시 ‘내 손안에 서울’의 현장 기사에는 매장에 실린 기옥서 2대 대표의 인터뷰가 등장한다. 재료의 질과 정량을 지키는 일을 부모에게 배웠다는 내용이다. 좋은 재료를 쓴다는 말은 어디에서나 들을 수 있지만, 양을 지키는 일까지 함께 언급한 대목은 한 그릇을 반복해서 내는 식당의 원칙을 구체적으로 보여준다.
같은 기사에는 30년 넘게 일한 직원들의 이야기도 담겼다. 오래 일한 이들의 근무 시간을 줄이면서도 경험을 높이 평가했다는 회고다. 세대를 이어가는 식당은 가족의 이름으로 소개되기 쉽다. 하지만 국물을 살피고 손님에게 음식을 내는 일을 오랫동안 해온 사람들도 그 맛을 이어온 주체다.
마포옥은 2025년 서울시 ‘오래가게’에도 선정됐다. 서울미래유산과 오래가게라는 이름은 식당을 찾아갈 계기가 될 수 있다. 다만 식탁에서 마주하는 것은 여전히 한 그릇의 식사다. 오래된 역사를 읽은 뒤에도 손님이 다시 찾을 이유는 오늘 먹는 고기와 국물에 남는다.
양지탕 한 그릇, 차돌탕 한 그릇
문썬이 2025년 2월 공개한 방문 기록에는 동생과 마포에 나왔다가 저녁 약속 전 들른 장면이 담겨 있다. 일행은 양지탕, 문썬은 차돌탕을 골랐다. 같은 국물에 어떤 고기를 담느냐에 따라 두 사람의 식사가 달라졌다. 이 글의 대표사진도 그 방문에서 촬영한 양지탕이다.
당시 차돌탕에는 얇게 흩어진 고명 대신 덩어리로 삶아 두껍게 자른 차돌수육이 올라왔다. 문썬은 고기의 기름진 고소함과 국물이 스민 밥을 함께 기억했다. 양지탕이 이 집의 기본을 살피는 선택이라면, 차돌탕은 고기의 존재감을 더 크게 즐기고 싶을 때 떠올릴 만하다. 같은 방문에서 신김치와 파김치는 따로 요청해 받았다고 한다.
오래된 방문기의 가격이나 한정 수량을 오늘의 약속으로 받아들일 필요는 없다. 지금 판매하는 메뉴와 가격, 도착 가능한 시각을 확인한 뒤 자신에게 맞는 한 그릇을 고르면 된다. 혼자라면 탕 한 그릇으로, 둘이 간다면 서로 다른 고기를 골라보는 식으로 마포옥의 음식을 만날 수 있다.
마포옥은 마포역 인근 용강동 음식문화거리의 토정로 312에 있다. 5호선 마포역에서 출발해 아래 지도의 길찾기로 동선을 확인하면 된다. 현재 공개 영업 안내는 평일 07:00–21:00, 주말 07:00–17:00다. 공휴일과 주문 마감은 방문 전 매장에 확인하자.
참고 자료 · 2026.09.15 확인
서울미래유산 · 미쉐린 가이드 · 내 손안에 서울 · 2025년 현장 기사 · 문썬 · 2025.02.03 방문기 · 마포옥 위치·매장 안내
